17. 프릭소스와 황금빛 털 양가죽
그리스 테살리아 지방에 있는 보이오티아라는 나라의 왕, 아타마스는 구름의 요정 네펠레와 결혼하여 왕자 프릭소스와 공주 헬레를 낳아 행복하게 산다. 그러던 어느날, 아타마스는 이웃나라에 갔다가 공주 이노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만다. 자신의 나라로 돌아온 아타마스는 하루종일 이노만 생각하며 네펠레를 못살게 군다.
네펠레는 왕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궁전을 나가 동굴로 들어가고, 기다렸다는듯이 왕은 곧 이노와 결혼한다.
이노는 아타마스와 결혼을 하자마자 네펠레의 두 아이들을 시기해 없애버릴 계획을 세운다. 이노는 가을 밀 파종 시기에 삶은 밀씨를 밭에 뿌려 심각한 가뭄이 닥치게 했다. 아타마스는 가뭄이 신이 노한 것이라 생각하여 신하를 보내 아폴론에게서 신탁을 들으라고 한다. 이노는 아폴론 신전으로 향하던 그 신하를 돈으로 매수하고, 왕자와 공주를 제물로 바쳐야만 한다는 말을 거짓으로 전하라고 명령한다.
거짓 신탁을 들은 왕이 그를 거부하자 이번에는 같은 신하를 시켜 백성들에게 왕이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려고 백성들을 죽일 생각이라는 소문을 내 버린다. 네펠레는 나라에 안좋은 일들이 닥치고 아이들을 죽여야 한다는 소문까지 듣고 자신의 아이들을 걱정하여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마침 이를 들은 제우스는 네펠레를 안타깝게 여기고 헤르메스에게 아이들을 구할 황금 양을 보내라고 명령한다. 헤르메스는 명령대로 하고, 제물로 바쳐지기 직전이었던 아이들 위의 하늘에서 황금양이 나타난다. 황금양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프릭소스와 헬레를 태우고 날아오른다.
이 황금 양은 에게해 위를 날아 동쪽, 유럽 땅과 아시사 땅을 가른 해협으로 날아간다. 그런데 날아가던 도중에 무심코 아래를 쳐다본 동생, 공주 헬레가 그만 바다로 떨어지고 만다. 이 헬레가 떨어진 해협을 이후 헬레스폰토스, 헬레의 바다라고 불렀고, 이는 오늘날의 다르다넬스 해협이다.
프릭소스를 태운 양은 동쪽 바다의 코르키스에 닿는다. 프릭소스는 곧 코르키스의 공주 칼키오페와 결혼하게 되고, 황금빛 양은 제물로 제우스에게 바치며 털가죽은 코르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에게 선물한다. 왕은 이를 아레스에게 바친 숲에 보관하며 잠들지 않는 용에게 지키도록 한다. 이 털가죽에는 ‘이 황금빛 털가죽이 있으면 나라가 번성하고, 잃으면 나라에 불행이 닥치리라’라는 신탁이 내려진다. 이 양은 양자리로 별자리가 된다.
이후 네펠레를 동정한 헤라가 복수의 여신 티시포네를 보내고, 티시포네는 피에 절은 외투로 몸을 감싸고 뱀을 허리에 감은 채 아타마스와 이노 앞에 나타나 자신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뱀 두 마리를 꺼내어 던진다. 아타마스는 뱀의 독에 미쳐버려 이노가 암사자이고 아들은 새끼 사자라고 생각하여 아들을 낚아채 죽이고, 이노 역시 미쳐 아들을 죽인 후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다고 한다.
이노가 미치지 않아 둘째 아들을 데리고 도망치다 자살했다는 설도 있다. 헤라가 이토록 분노했던 이유는 제우스가 바람을 피워 디오니소스를 낳았던, 세멜레가 바로 이노의 동생이기 때문이다. 이 디오니소스 또한 이노의 손에서 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