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벨레로폰과 페가소스(1/2)
시시포스가 죽은 후, 그의 아들 글라우코스가 시시포스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다. 글라우코스가 다스리는 코린토스의 사람들은 아프로디테 축젯날에 말들을 짝짓기시키면 아프로디테가 사랑의 여신이므로 말이 좋은 새끼를 낳는다 믿어 쭉 행사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경마를 좋아하여 좋은 말들을 많이 가지고 있던 글라우코스는 처음으로 돌아온 축젯날에 자신과 말 조련사에게 짝짓기를 맡겨도 좋은 새끼들을 낳게 만들 수 있다며 백성들 앞에서 축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이에 아프로디테는 분노하여 글라우코스 왕의 아들, 무술이 뛰어난 벨레로폰을 이용해 벌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한다.
벨레로폰은 페르세우스를 숭배했으며,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벨 때 흐른 피에서 태어난 날개 달린 말, 페가소스를 타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이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이 소원을 이용하기로 마음먹고는 구름으로 페가소스를 만들어 벨레로폰 위에 띄운다. 페가소스를 발견한 벨레로폰은 페가소스를 사로잡으려는 생각에 화살 뒤에 끈을 매어 페가소스의 다리를 겨누는데, 이때 아프로디테가 이 화살의 방향을 바꾸어 왕실의 말 조련사를 맞춘다. 말 조련사가 화살에 맞자 말들은 놀라 날뛰기 시작하는데, 글라우코스는 말들이 갑자기 난리를 치자 놀라 달려갔다가 말들의 발굽에 차이고 깔려 죽어버린다. 신하들은 어쩔 줄 몰라하다 말 조련사에게 꽂힌 화살에 묶인 끈을 따라가는데, 당연히 그 화살의 끝에는 벨레로폰이 있었다. 이렇게 벨레로폰은 꼼짝없이 왕실의 말 조련사와 선왕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리고, 나라에서 쫓겨나 방랑의 길을 떠났다.
정처없이 떠돌던 벨레로폰은 티린스라는 나라에 이르러 프로이토스라는 이름의 왕을 찾아가 환영받는데, 벨레로폰이 왕궁에 들어서자마자 티린스의 왕비 안테이아가 그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벨레로폰은 손님으로서 대접받으며 평화롭게 지내는데, 어느 날 왕비 안테이아는 벨레로폰의 방으로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벨레로폰은 애초에 안테이아에게 마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환영해준 왕을 생각해서라도 왕비 안테이아의 고백을 강하게 거절한다. 이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버린 안테이아는 남편 프로이토스에게 벨레로폰이 자신에게 고백하고 억지로 안으려 했다면서 거짓말을 하고, 분노한 왕은 손님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관습 탓에 리키아의 왕이자 자신의 장인인 이오바스트에게 벨레로폰이 도착하는 대로 죽여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벨레로폰에게 편지를 전하라는 심부름을 시킨다.